[커버스토리] '알·테·쉬' 공습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입력 2024-04-15 10:01   수정 2024-04-15 15:41


중국 전자상거래(e-commerce) 업체 3대장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을 가리키는 이른바 ‘알·테·쉬’란 말이 유행입니다. 이들을 통한 해외 직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국내외 유통업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을 두고 ‘알·테·쉬 공습’이 시작됐다고도 합니다.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접속할 때마다 테무(광고)가 따라다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들의 작년 글로벌 시장 광고비만 40억 달러(약 5조4100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알·테·쉬가 공급하는 초저가 생활용품이 글로벌 유통시장을 초토화하고 있습니다. 작년 이들이 미국으로 배송한 상품 박스만 매일 60만 개, 보잉777 화물기 약 108대 분량이었습니다. 이 영향으로 미국의 1000원 숍이라 할 수 있는 달러트리의 점포 1000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앱 사용자 수 기준으로 알리(888만 명)와 테무(830만 명)가 각각 11번가와 G마켓을 제치고 쿠팡(3087만 명)에 이어 2위와 3위에 올랐어요. 이 때문에 국내 전자상거래업체와 대형마트뿐 아니라 중소 생활용품 제조업체들도 위기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이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추가 회담을 갖기로 중국과 합의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알·테·쉬’의 초저가 글로벌 공습은 어떻게 가능했고, 본질은 무엇인지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
유통은 물론, 제조기반 허무는 '알·테·쉬'
세계에 '디플레이션 수출'한다는 비판도

중국의 전자상거래를 뜻하는 ‘C(China) 커머스’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낮은 가격에 있습니다. 비슷한 기능의 국내 생산품에 비해 10분의 1 가격 수준입니다. 중국 내 제조원가 자체가 낮은 데다, 저렴한 생활용품들이어서 관세나 부가가치세(우리나라의 1인당 면세 한도는 150달러)도 붙지 않은 까닭이죠.

초저가·‘서비스 한국화’ 위협적

과거 알리익스프레스 이용자들은 값이 싼 만큼 배송이 느린 건 당연하다고 여겼어요. 잊고 있으면 언젠가는 배달된다는 우스갯소리에, 품질이 기대 이하이면 그냥 버려도 부담 없는 가격이란 생각에 이용자가 계속 늘어났죠. 그런데 이제는 배송 기간이 일주일~열흘로 줄었고, 무료 배송에 무료 반품까지 해주고 있습니다. 고물가에 뿔이 난 국내 소비자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년 중국발 온라인 직구액이 1년 전보다 121% 늘어난 3조2800억 원을 기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알·테·쉬의 공습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알리는 작년부터 한국 판매자들을 입점시키기 시작했고, 한국에 물류창고를 짓고 A/S센터도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테무도 무료 반품에, 구입 후 90일 이내 전액 환불 서비스를 실시 중입니다. 그나마 쿠팡은 향후 3년간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로켓배송’을 하겠다며 맞불을 놓았지만, 영세 인터넷 쇼핑업체들은 올 들어 2월까지 2만 곳 넘게 폐업했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33%가량은 알·테·쉬 공습 때문에 매출이 줄었다고 하소연합니다.

각국 정부도 다급해지고 있어요. 미국은 중국 신장웨이우얼 지역에서 강제 노동을 통해 생산된 면화가 쉬인이 수출하는 의류의 원료라며 관세장벽을 높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브라질도 C커머스 업체들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우리 정부는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한 국내 대리인 지정을 요구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죠. 또 종합 대책 마련을 위한 정부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리고 소비자 피해, 국내 기업 영향, 위해물품 반입 차단 등 점검에 나섰습니다.

공급과잉 등 글로벌 불균형 우려

주목할 부분은 중국이 생활용품뿐 아니라 태양광 패널, 전기자동차 등 하이엔드 제품군도 세계시장에 저가로 쏟아낸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한 시장 확대를 위한 출혈 가격전략이 아니라, 중국의 내수 침체 타개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란 생각이 들게 할 정도죠. 중국이 ‘디플레이션(deflation,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수출’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옵니다. 이는 중국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세계경제는 공급과잉의 부작용을 겪을 위험이 큽니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시장 침체, 실업난, 디플레이션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첨단기술 분야는 미국 등 서방이 규제 장벽을 촘촘히 쌓고 있어 수출 확대가 쉽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저가 생활필수품도 가리지 않고 수출 전선에 동원하는 듯합니다. 예를 들어, 임금 수준이 낮은 중국 서부 신장웨이우얼 등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대량으로 밀어내는 식이죠. 세계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했다는 비판을 듣는 미국 입장에서 이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납득이 가는 설명이긴 합니다.

디플레이션 수출이란 수입국 입장에선 자국 내 물가 수준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요. 고물가 때문에 기준금리를 연 5%대로 높게 유지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선 이런 중국이 고마운 존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필품은 물론 하이엔드 제품까지 중국에서 밀어내기로 저가 수출을 지속할 경우, 미국 내 산업 생태계가 타격을 받고 막대한 무역적자에 따른 부작용도 커질 수 있어요. 당장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입니다. 마침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리창 총리 등을 만나 중국의 과잉생산이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 우려되는 문제를 제기했다는 뉴스도 전해집니다. 양국이 중국의 과잉생산과 밀어내기 수출에 따른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됩니다.
NIE포인트
1. ‘알·테·쉬 공습’에 따른 우리나라와 세계 유통시장의 변화를 확인해보자.

2. 제1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의 저가 수출이 영국 경제를 위협한 사례를 찾아보자.

3. 글로벌 공급과잉은 세계경제에 어떤 심각한 폐해를 몰고 올 수 있는지 토론해보자.
AI시대엔 데이터 쥔 자가 세상을 지배
유통전쟁의 본질도 '데이터 확보 경쟁'

현대인에게 온라인 서비스는 공기와도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앱으로 뉴스를 읽고, 우버 같은 공유차량을 이용해 출근하며,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퇴근해선 온라인 쇼핑과 OTT(동영상스트리밍 서비스) 시청으로 하루를 마감하죠.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모든 개인정보는 기록으로 남습니다. 무심결에 이용한 온라인 서비스에서 개인의 취향, 신용도 등이 측정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이런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데이터는 기업 혁신·성장의 원동력

핀테크(정보기술 기반 금융서비스), 스마트 헬스케어, 메타버스 등 미래 신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소비자로부터 획득한 각종 데이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단순 마케팅 용도로만 쓰지 않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기획·생산·유통 등 기업 활동 전반에서 데이터를 활용하죠. 데이터가 기업 혁신의 원천이자, 미래 기업 성장의 비결이라 여기는 겁니다.

특히 인공지능(AI)은 광범위하게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데요, 데이터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업은 AI 비즈니스 주도권도 쥘 수 있습니다. 양질의 방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AI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을 수 있고, 서비스도 경쟁사를 앞지를 수 있겠죠?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데이터는 기름과 마찬가지로 경제활동의 동력원”이라고 일반론적으로 얘기했지만, AI 비즈니스에서 데이터는 쌀과 같은 중요한 자원입니다.

전자상거래(e-commerce)에서 얻는 데이터를 통해서도 기업은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구매·조달 계획과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어요. 정부 입장에서도 이커머스 데이터는 무역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개인과 기업의 구매 및 판매 기록, 물품 및 운송 정보, 결제 정보를 통해 누가 어떤 물품을 언제, 얼마에 수출입했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기업이나 국가나 이런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압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해진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프라이버시(사생활 정보) 침해 가능성입니다. 선진 각국에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한 규제가 적지 않아 기업이 자유롭게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조금 다릅니다. 시장경제 시스템을 혼용하고 있다고 해도 국가가 경제 전반을 규율하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인 점은 부정할 수 없죠. 예를 들어, 중국의 모바일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는 과거 은행과 직접 연결해 개인 결제 정보를 축적했습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이런 직접적 접속을 금지했어요. 그 대신 왕롄(網聯, NUCC)이라는 중간 접속 플랫폼을 설립해 지급 청산이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자연히 정부가 모든 결제 데이터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됐죠.

전문가들은 빅데이터의 활용은 중국의 국가전략이고, AI 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 수단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중국 기업의 소비자·고객 데이터에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란 의혹을 떨치지 못합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치권에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요, 때는 2020년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된 직후였습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사장과 IBM의 최고경영자(CEO)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낸 축하 편지에서 대중 감시에 쓰이고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안면인식 기술의 활용과 수출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이 기술은 증강현실(AR)과 AI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인데, 문제는 중국 정부가 범죄 예방 등에 적극 활용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꼭 중국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빅테크들이 이용자 정보를 획득하고 활용하는 데에 각국 정부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지난달 유럽연합이 발효시킨 디지털시장법(DMA)도 기업이 자사 서비스를 통해 얻은 이용자 정보를 다른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합니다.

이 모든 사정을 종합해보면 알·테·쉬의 글로벌 공습도 이용자 데이터 확보를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글로벌 유통전쟁의 본질은 데이터 확보 전쟁이란 겁니다.
NIE포인트
1. ‘데이터를 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명제를 사례 속에서 확인해보자.

2. 빅테크의 독점 지위 남용 문제에 대해 공부해보자.

3. 개인 정보가 많이 노출되는 시대에 어떻게 ‘데이터 주권’을 지켜야 할지 토론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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